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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란건 코카콜라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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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INBO 2023. 10. 26.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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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그러니까 일본 버블의 고점에서

코카콜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광고 하나를 던져놓는다.

 

"I FEEL COKE"

 

특유의 여유로움과 따사함이 어우러진 광고는

그 당시 일본의 시류를 시의적절하게 반영한

일종의 역사기록물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그대로 따온 광고를 내놓았다.

광고에는 외국인이나 외국어가 남발되어서는 안된다는

별 시덥잖은 방송법이 있었던 1988년,

'I Feel Coke'을 직역한 '난 느껴요 코카콜라'로 TV에 송출되었다.

 

 

심혜진 배우를 필두로 음악과 장면만 로컬라이징해

국민 정서를 좀 더 반영한 느낌이다.

 

일본판과 한국판 우열을 가리기 전에

(일본판이 괜히 오리지널이 아니긴 하다만도)

두 광고 모두 그 당시 희망찬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 광고이고,

그렇다 보니 이 광고를 통해

그 당시를 회상하고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회상과 동경의 대상이 코카콜라가 아니라

배경이었던 그 시대 자체인 것.

 

주객이 전도되어,

시원하고 맛있는 코카콜라도 원하지만

그 희망찬 시대가 난 더 끌리는걸.

 

 

 

비슷한 맥락에서

올 여름 6년만에 컴백하게 된

ODD EYE CIRCLE을 바라보자.

 

그룹 '이달의 소녀' 유닛이었던 ODD EYE CIRCLE은

12인 그룹 완전체 데뷔 전 앨범 2개만 공개되었던

단발성 유닛이었다.

 

이달의 소녀는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갈등이 있었고,

법적 분쟁을 통해 법원은 아티스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소속사의 불공정 계약이 주 원인이었다.

 

츄를 필두로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소속사를 탈출했고

그 과정에서 ODD EYE CIRCLE 멤버들을 비롯한 5명의 멤버들은

과거 이달의 소녀를 기획했던,

그러니까 지금 modhaus의 대표인 Jaden Jeong에게로 향했다.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의 아버지라고도 불렸던 Jaden대표도

과거,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완전체 앨범 2개를 끝으로

손을 놓고 먼저 소속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팬들은 Jaden대표와 함께했던 이달의 소녀를 그리워했고,

오지 않을 일에 대한 기대는 고통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Jaden과 다시 함께하게 된 ODD EYE CIRCLE.

 

 

이런 비화를 알고 난 후 6년만에 컴백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고 들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단순히 음악 하나로만 평가할 앨범이 아니구나.

 

물론 컴백 앨범 속 모든 수록곡이 다 맛있다.

Jaden과 이달의 소녀는 부녀지간처럼 합이 잘 맞으니까.

퍼즐의 조각이 맞춰진 느낌.

 

다만 코카콜라보단 과거의 희망적 분위기가 주목받는 것처럼,

기깔나는 비트와 보컬의 음악도 좋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난 더 끌리는걸.

 

어쩌면 뛰어난 배경 스토리와 뛰어난 대상의 합만이

명작을 탄생시키는 것 같다. 

 

 

+

1번 트랙 '기다렸어?'는

6년 전 발매되었던 ODD EYE CIRCLE의 곡들이 믹싱되어있다.

'Sweet Crazy Love'나 'Girl Front' 등...

이달의 소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소름이 돋을 트랙.

 

+

요즘 코카콜라와 펩시 광고는

무슨 스토리를 전달하고 싶은 걸까.

뉴진스 예뻐요, 아이브 예뻐요 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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