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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믹에서 영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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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INBO 2022. 11. 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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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는 데뷔하기 전부터 말이 하도 많았기에, 오히려 뭔가 괘씸해서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

물론 관심이란게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기에 M/V도 보고 기사들도 좀 찾아봤었다.

민희진의 새로운 걸그룹에 다들 포커스를 맞춰서인지 정작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그 대신 이 그룹의 컨셉과 기믹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있었다.

뭘 표현하고 또 내세우고 싶은지도 대충 감이 잡혔다.

좀 나이 어린 애들 필두로 키치한 느낌좀 내보려고 하는 느낌.

고 느낌이 요즘 돌판에는 없는 바람인것은 사실이나, 이미 불었다가 저 멀리 떠나가버린 바람 그리고 기믹이기도 했다.

무슨 데뷔도 전에 팝업스토어 열어서 토끼같이 생긴 캐릭터가 인라인 타고 있는 굿즈를 팔아재낀다는 소식에 대단하다고도 생각했다.

 

속으론 '노래는 얼마나 잘 만들어놨을까' 싶었고, 앨범을 쭉 들어봤다.

그러고서는 'Attention'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광야며 무슨 세계관 어찌고 하는 요즘 돌판에는 어울리지 않는 노래였다.

레트로한 신스에다가 박자도 너무 대놓고 쿵짝쿵짝 쪼개놨으며, 보컬도 여기저기 흘리는 그런 노래였다.

가사는 어찌나 직설적인지.

즉 그냥 내 마음에 쏙 들었다는 말이다.

인트로에서는 몇번 '쓰읍' 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빠져든 순서는 'Hype Boy'였다.

정확하게 'Attention'이 귀에 익숙해 질 즈음부터 계속 찾게 됐다.

무슨 2010년대 초반에나 있을 법한 제목을 가진 이 노래는 이 앨범에서 가장 힙하다.

첫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혜인의 '말해봐 yeah, 느껴봐 mm'을 처음 들어보고 그 부분만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100번 넘게 반복재생 하기도 했다.

결국은 'Attention'이 아닌 이 노래가 뉴진스를 상징하는 대표곡이 되었다.

 

 

 

'Cookie'는 가사 논란으로 한동안 말이 많았었다.

난 단순해서인지 멍청해서인지 사람들의 극한 반응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찌 되었든 그 논란은 '듣다보니 노래 좋더라' 정도로 종결된 듯 보인다.

 

'Hurt'는 비교적 늦게 듣기 시작했다.

Spotify에서 추천 라디오를 듣던 중 한국 노래가 나오길래 들여다봤더니 이 노래였다.

수록곡 퀄리티가 이정도라는 생각에 감동할 뻔 했다.

(근데 요즘 돌판의 여러 수록곡을 들으며 드는 생각이지만 요즘 수록곡 퀄리티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매우 높다. 뜬금없는 노래가 추천 셔플에서 들려오면 돌판의 수록곡인 경우가 꽤 있다.)

 

이렇게 플리가 뉴진스로 도배되다 보니 '이 첫 앨범은 사야하겠구나' 싶었다.

단순 기믹으로 뻥 뜨고 질 아티스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산 이 첫 앨범이, 먼 미래에 엄청난 우주 슈퍼스타 뉴진스의 첫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결제버튼을 누르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앨범 구성도 변태같이 기믹으로만 가득했다.

심지어 멤버별로 표지 디자인이 다른 건 기본이요, 내용물이며 포토북 안까지도 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정말 칼 갈고 작정하고 나왔다.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에 앨범 구매 후에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시즌그리팅 급 구성이었다.

 

다만 뉴진스의 다음 앨범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가지고 온다.

이미 대중에게 뉴진스라는 아티스트를 각인시켜두긴 했지만, 언제까지 똑같은 키치컨셉과 기믹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

물론 하던 것 만큼만 해도 모두가 홀린 듯 듣겠지만 언제나 익숙해지면 지겨운 법이기에, 사람들은 더 나은 것을 원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던 아티스트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까웠었다.

 

근데 뉴진스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그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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